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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이 이렇게 많은데 세금을 더 걷는 게 불가피하다는 것을 국민도 다 알지 않을까요?"(새누리당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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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지난 8일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기 전까지 정치권과 정부 관계자들의 생각은 '국민도 이해해줄 것'이라는 쪽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나니 인식의 차이는 심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청와대와 현오석 경제팀 생각이 너무 순진했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선임연구위원은 "세금은 하나도 내지 않으면서 복지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심어준 정부가 결국 잘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감하게 세금을 더 걷는다는 얘기를 하고 솔직하게 접근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는 "박근혜정부가 재원 마련 해법으로 줄곧 얘기해온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은 내용이 미흡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중산층의 정서적 반발이 심해졌다고 본다"고 전했다.

국회의 조율 기능을 비난하는 여론도 있다. 김성태 KDI 거시경제연구부 부연구위원은 "(복지 공약 수행을 위해) 이 정도의 돈이 필요한데 누구에게 부담을 많이 지울 것이냐는 옳고 그름, 맞고 틀림의 문제가 아니다"며 "정부가 너무 오래 붙들고 있을 문제가 아니고 결국 국회에서 결정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이번 세법 개정안은 출산장려책과 어긋나는 등 거시경제 정책과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앞서 정부가 발표한 2014년 세법 개정안을 시뮬레이션해보니 자녀 수에 비례해 세 부담이 증가하는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정부는 "소득이 적을수록, 자녀 수가 많을수록 세제 혜택이 커진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중산층에서 타격이 심각했다. 예를 들어 만 6세 미만 자녀를 셋 둔 봉급생활자가 총급여 5000만원을 받을 경우 2014년 귀속분 근로소득세는 150만원으로 2013년 귀속분 세금보다 51만원이나 증가했다. 이번 시뮬레이션은 의료비ㆍ교육비ㆍ신용카드 등 특별공제를 고려하지 않고 근로소득공제율 변화, 기본공제, 4대보험공제, 근로세액공제 등을 고려한 것으로 사실상 실제치와 근접한다.

만 6세 이상 자녀를 둔 봉급생활자도 다자녀 가구일수록 세 부담이 증가했다. 연봉이 5000만원, 6000만원, 7000만원인 봉급생활자는 1~2자녀를 둘 경우 세 부담이 4만원 줄지만 3자녀는 6만원, 4자녀는 16만원으로 늘어났다. 또 연봉이 8000만원인 봉급생활자가 만 6세 이상 자녀 1명을 둘 경우 세 부담은 3만원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2자녀는 12만원, 3자녀 40만원, 4자녀 37만원으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매일경제
이 같은 문제점은 정부가 소득공제 중심에서 세액공제 중심으로 근로소득세 연말정산 방식을 급격히 변경하면서 종전 자녀공제를 사실상 축소했기 때문이다. 종전에는 기본공제를 제외하고도 자녀양육비공제(만 6세 미만 1인당 100만원 소득공제)와 다자녀공제(만 20세 미만 1인당 50만원, 3명부터는 100만원씩 추가 소득공제)를 해줬지만 이번 세법 개정안을 계기로 자녀세액공제(만 20세 미만 1인당 15만원, 3명부터 1인당 20만원 세액공제)로 통합 축소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방식 전환은 그동안 정부의 성장률 정책과 정면 배치되는 측면이 강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저출산 여파로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15~64세 인구)는 2013년 3671만명에서 2016년 3703만명으로 정점에 달한 뒤 추락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생산가능인구 감소만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11~2020년 평균 3.6%에서 2021~2030년 평균 2.4%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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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세법 개정안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는 전월세 소득공제제도가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전월세 소득공제제도를 서민ㆍ중산층에 혜택을 주자는 취지에서 법 개정을 추진했다. 현행 법상 전월세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근로자 총급여 5000만원 이하, 사업자 소득금액 4000만원 이하면 됐다. 하지만 개정 세법은 이자 배당 등을 합산한 종합소득금액이 4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소득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세제 혜택 부여에는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나 일부 중산층은 전월세 가격 상승과 세제 혜택 배제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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